동업자, 이웃, 거래처처럼 다툼의 상대가 가까운 사람이면 같은 동네의 같은 법률사무소를 서로 찾아가는 일이 생깁니다. 상대방이 먼저 상담했거나 이미 사건을 맡긴 곳이라면 그 사무소가 내 사건도 맡을 수 있을까요. 변호사법은 이 상황을 '수임제한'이라는 이름으로 직접 다룹니다. 조문이 무엇을 막는지, 의뢰인이 먼저 할 일은 무엇인지 차례로 보겠습니다.
제31조가 막는 세 가지 사건
변호사법 제31조 제1항은 변호사가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사건으로 세 가지를 듭니다.
- 당사자 한쪽으로부터 상의를 받아 그 수임을 승낙한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사건
- 수임하고 있는 사건의 상대방이 위임하는 다른 사건
- 공무원·조정위원 또는 중재인으로서 직무상 취급하거나 취급하게 된 사건
이 가운데 두 번째에는 지금 맡고 있는 사건의 위임인이 동의하면 맡을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첫 번째와 세 번째에는 그런 단서가 없습니다. 같은 다툼에서 한 변호사가 양쪽을 동시에 대리하는 구조는 조문상 동의로 풀 수 있는 예외가 마련되어 있지 않다는 뜻입니다.
같은 간판 아래 다른 변호사라면
한 사무소에 변호사가 여럿이면 '상대방은 다른 변호사에게 갔으니 나는 이 변호사에게 가면 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같은 조 제2항은 법무법인 등이 아니면서 변호사 2명 이상이 사건의 수임·처리를 통일된 형태로 하고 수익을 나누거나 비용을 함께 대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사무소를, 제1항을 적용할 때 하나의 변호사로 본다고 정합니다.
법무법인·법무법인(유한)·법무조합에도 제31조 제1항이 준용됩니다(제57조·제58조의16·제58조의30). 법인은 법인 명의로 업무를 수행하므로(제50조), 담당변호사를 서로 다르게 정한다고 해서 같은 법인이 양쪽을 맡는 구조가 달라지지 않습니다. 법인을 떠난 변호사에게도 제한이 남습니다. 제52조 제2항은 법무법인의 구성원이나 소속 변호사였던 사람이 소속 기간 중 그 법인이 상의를 받아 수임을 승낙한 사건에 관해서는 변호사 업무를 수행할 수 없다고 정합니다.
상대방이 상담만 했다면
조문은 '상의를 받아 그 수임을 승낙한 사건'이라고 적고 있습니다. 그래서 상대방이 상담만 하고 맡기지 않은 경우까지 곧바로 같은 결론이 나는지는 사정에 따라 따져 볼 문제입니다. 다만 상담 과정에서 상대방의 사정과 자료가 이미 그 변호사에게 전해졌다면, 그 내용은 변호사가 지켜야 할 비밀이 됩니다. 이 경우 변호사 쪽에서 내 사건의 수임을 사양할 수 있습니다. 상담 내용이 어떻게 보호되는지는 상담 내용의 비밀 문서에 정리했습니다.
의뢰인 쪽에서 먼저 할 일
이해충돌을 확인하는 것은 사무소의 일이지만, 의뢰인이 정보를 주어야 확인이 됩니다.
- 예약 단계에서 상대방의 이름이나 회사명을 먼저 알리고, 이해충돌이 없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하기
- 상대방 말고도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 예를 들어 보증인이나 함께 소송 당사자가 될 사람도 같이 알리기
- 상대방이 그 법률사무소에 다녀갔다는 말을 들었다면 상담 전에 그 사실을 미리 말하기
- 사무소가 맡을 수 없다고 답하면 이유를 캐묻기보다 다른 곳을 알아볼 시간을 확보하기
사무소가 수임을 거절하는 것은 불친절이 아니라 양쪽 의뢰인을 지키는 장치입니다. 거절당했다고 해서 내 사건이 약하다는 뜻도 아닙니다. 기한이 걸린 사건이라면 거절 이후 다른 곳을 찾는 시간까지 계산에 넣어 두세요.
여러 사람이 함께 한곳에 맡길 때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함께 돈을 빌려준 사람들이 같은 변호사에게 사건을 맡겼는데 나중에 받은 돈의 몫을 두고 서로 다투게 되면, 처음에는 같은 편이던 사람들이 상대방이 됩니다. 공동으로 맡기는 경우라면 서로 이해관계가 갈릴 수 있는 지점이 있는지 처음에 함께 짚어 두는 편이 좋습니다.
사건을 맡긴 뒤에 알게 되었다면
맡긴 뒤에야 상대방과 사무소의 관계가 드러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때는 담당 변호사에게 사실을 알리고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 설명을 요청하세요. 수임 중인 사건의 상대방이 같은 변호사에게 다른 사건을 맡기려는 상황처럼 위임인 동의가 필요한 경우라면, 동의할지를 정하는 사람은 의뢰인 자신입니다. 또 제33조는 변호사가 맡고 있는 사건에 관해 상대방으로부터 이익을 받거나 요구·약속하는 행위를 금지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상대방과 같은 변호사를 쓰면 오히려 합의가 빨라지지 않나요?
A. 한 변호사가 같은 다툼의 양쪽 이익을 동시에 대변하는 구조는 제31조가 막고 있습니다. 합의를 원한다면 각자 다른 변호사를 두고 협상하거나 조정 같은 절차를 함께 이용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Q. 예약할 때 상대방 이름을 말해도 괜찮을까요?
A. 이해충돌을 확인하려면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아야 하므로 이름과 관계 정도는 먼저 알리는 편이 좋습니다. 사건의 자세한 내용은 확인이 끝난 뒤 상담 자리에서 이야기해도 늦지 않습니다.
Q. 상대방이 예전에 그 사무소에 다른 일을 맡겼다가 끝난 사이라면 어떤가요?
A. 이미 끝난 사건의 의뢰인이 이번 다툼의 상대방이라면 제31조 제1항이 적은 세 경우에 곧바로 들어맞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변호사가 예전 사건에서 그 사람에 관해 알게 된 비밀은 계속 지켜야 하므로(제26조), 그 정보가 이번 다툼과 이어지는지 사무소가 살펴야 합니다. 예약할 때 그런 관계를 들었다면 알려 두세요.
정리
같은 사무소가 양쪽을 돕지 못하게 하는 규정은 의뢰인을 지키기 위한 것입니다. 예약할 때 상대방부터 알리는 습관을 들이고, 법률사무소 고르기 안내 첫 화면에서 다른 확인 항목도 함께 보세요.
이 글은 일반적인 법률 정보이며, 개별 사건의 결론은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근거: 변호사법 제26조·제31조·제33조·제50조·제52조·제57조·제58조의16·제58조의30 [시행 2026. 10. 2.][법률 제21857호] — 국가법령정보센터 2026-10-20 확인